전 세계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은 바로 탄소 중립(Net Zero)입니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해야 합니다. 오늘은 탄소 포집과 저장, 탄소 중립을 향한 신기술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탄소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CU), 그리고 다양한 혁신적 저탄소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기술
CCS의 기본 개념
CCS는 산업 공정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기 전에 포집해 지하 깊은 암석층에 주입하거나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한 단계 나아가, 이미 발생한 온실가스를 물리적으로 격리해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포집 단계
탄소 포집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연소 후 포집(Post-combustion capture): 화석연료 연소 후 배출되는 배기가스에서 CO₂를 분리.
연소 전 포집(Pre-combustion capture): 연료를 연소하기 전에 CO₂를 분리.
순산소 연소(Oxy-fuel combustion): 순수 산소로 연소시켜 배출 가스를 거의 CO₂로 만들고 이를 포집.
저장 방식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고압으로 압축되어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하 깊숙한 지질 저장소(예: 고갈된 유전, 천연가스전, 깊은 염수층)에 주입됩니다. 이 과정은 수천 년 동안 안정적으로 저장되도록 설계됩니다.
CCS의 가능성과 사례
현재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Sleipner)’ 프로젝트, 캐나다의 ‘보운드리 댐’ 등에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규모 산업에서 점차 적용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CCS는 특히 시멘트, 철강, 화학 산업처럼 탄소 배출을 피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습니다.
탄소 중립을 향한 다양한 신기술들
탄소 활용(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묻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기술이 CCU입니다. 예를 들어, 포집된 CO₂를 원료로 인조 연료, 플라스틱, 건축 자재(탄산칼슘 등)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DAC(Direct Air Capture, 직접 공기 포집)
CCS가 주로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처리하는 반면, DAC는 대기 중에 희박하게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걸러내는 기술입니다.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같은 기업은 DAC 플랜트를 통해 CO₂를 포집하고 지하에 저장하거나 탄산음료 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첨단 기술 외에도 숲, 습지, 해양 생태계를 복원해 자연적으로 탄소를 흡수하게 하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이나 해초밭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블루 카본(Blue Carbon)’ 생태계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복원 활동이 기후 대응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와 탄소 중립
청정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그린 수소는 탄소 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핵심 동력 중 하나로 꼽힙니다.
기후 기술 혁신의 한계와 과제
경제적 비용 문제
CCS와 DAC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설치와 운영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재생에너지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대규모 확산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기술 발전과 동시에 정부의 보조금, 탄소세 정책 등이 뒷받침되어야만 상용화가 가능해집니다.
저장 안정성 논란
포집된 CO₂를 지하에 저장할 때, 수천 년 동안 안전하게 격리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미세한 지진이나 지질 변동으로 인해 CO₂가 누출될 경우,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적 검증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CCS나 DAC 같은 기술은 기후 위기 해결의 중요한 도구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는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에너지 절약, 소비 패턴 변화, 재생에너지 확대 등과 함께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국제 협력의 필요성
기후 기술은 한 국가만의 노력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이 요구됩니다. 특히 탄소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은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을 도와야 합니다. 국제 협약과 공동 연구를 통한 협력이 없다면, 기술 격차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탄소 포집과 저장(CCS), DAC, CCU 같은 기술은 인류가 기후 위기를 늦추고 탄소 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경제적·환경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 기술 혁신을 단순한 ‘만능 해결책’으로 보지 않고, 생활 방식의 변화, 재생에너지 확대, 국제적 정의 구현과 병행해야 합니다.
결국 기후 위기 극복은 단순히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통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기술과 정의, 두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인류는 진정한 탄소 중립의 미래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